Date: 2011.01.02
Distance: 72.87km

Departure: Sabancuy

Arrival: Champoton

깨진 잼병과 쫄쫄이 주행복
에어컨 있는 숙소에서 잔다고 다들 좋아한 것도 잠시였지, 벽에 에어컨을 쑤셔넣은 건지 시멘트를 냅다 망치로 부순 건지 벽에 뻥 뚫린 틈새가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틈새로 밤새 놀이공원의 요상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최대한 일찍 일어나 주행하기로 했는데 밤새 제대로 못잔 팀원들은 모두 일찍 일어났다. 5시 반 기상!

미리 사둔 식빵에 딸기잼을 발라 먹으려는데 손에서 손으로 건네다 딸기잼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그렇다고 버리진 않는다. 불길하니 그런 소리도 안한다. 유리는 잘 발라내고 병 모양 그대로 굳어버린 딸기잼을 그대로 초토화시켜 버렸다. 이것이 만리행!ㅋㅋ 다행히 아무도 탈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숙소에서 머무는 겸 다들 열심히 빨래를 했지만 (어쩌면 당연하게도) 다 마르지 않았다. 입을 옷이 부족해서 이주언니는 이때까지 극구 거부했던 주행복을 처음으로 입어야만 했다.

오마이갓.... 주행복을 착용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입기만 해도 살빠질 것 같은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워냑 탄력이 좋은 쫄쫄이라ㅋㅋㅋ 쫄쫄이안에는 숨겨진 엄청난 비밀이 있다. 쫄쫄이 안에있는....... 빨간 엉덩이(패드)를 보면 다들 놀랄것이다~!^^  그래서 쫄쫄이를 입으면.....엉덩이가 완전 커진다ㅋㅋㅋㅋ 무슨 기저귀를 찬것처럼!!! 아아아아 싫어싫어ㅠㅠ  - 이주 -

일찍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출발은 또 7시에 했다. 방에서 나오니 딱 좋은 햇살이 퍼지고 있었다. The peacuful and tranquil sea. Sabancuy, Mexico.

출발하기에 앞서, 체조를 하고 출발이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모르겠지만, 흔들리는 물결 위에 살포시 얹어있는 햇살이 정말 포근해 보인다.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보인다. 손을 흔들었더니, 그들도 손을 흔들어준다. 기분좋은 출발이다. - 해웅 -

멕시코 만, 바다보며 달리기
오늘도 어제랑 비슷한 길을 달렸다. 차가 많지 않은 바닷가를 달리면서 옆으로는 나무가 늘어서있는 평지. 과도한 언덕이 물론 더 고생스럽지만 이렇게까지 길이 평탄하면 아무래도 달리는 재미가 떨어진다.그래도 내일이면 바닷가를 떠나 내륙으로 향해야 하고, 멕시코만도 이제 안녕이다. 풍경을 눈에 꼭꼭 담아둔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에 쉬기도 하고...

순서대로 종석, 해웅, 명진, 지민, 두현. 날도 좋고 길도 좋고~. On the way to Champoton. Weather was great, and the road was good to ride bicycles.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다. 쉬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나름 여행의 묘미다. Only few cars passing by.

어떻게 차도에서 쉴 수가 있지? 싶을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차가 많지 않고 운전자들이 매너가 좋아 갓길에 잘 붙어있으면 알아서 피해준다. 달리다가 적당히 쉬어줘야 할 타이밍이 되면 그늘로 가서 쉰다. 보통은 나무그늘이다. 이런 도로에 앉을 의자가 있을 리는 없고 그냥 바닥에 앉아 쉰다. 더 힘들 때는 그냥 누워서 쉰다. 적응만 되면 가끔 오는 차가 옆으로 차가 쌩쌩 달려도 매연 걱정보다는 "아 차 지나가서 시원하다~" 하게 된다(물론 매연을 그대로 마실 수는 없어서 한참 달릴 때에는 다들 복면을 쓰고 달린다).

밤새 한 빨래가 안말라서 냅다 말리면서 달린다. 먼지가 많은 곳을 달리면 깨끗하게 빤 옷이 다시 까매지기도 한다...ㅠOur bicycles(Titicaca flight7)and the wet clothes.

기분좋은 주행이었는데 내가 오늘따라 축 쳐지는 느낌이었다. 몸이 안좋아서 걱정했던 이주언니는 오히려 정말 잘달린다. 나 왜이러지...딱히 빠르게달리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에 이상도 없는데 이상하다... 아침에 유리 안먹으려다가 잼을 너무 조금 먹었나? 내일 아침은 든든하게 먹자고 말하기로 결심한다. 우리팀은 무난한 속도로 다 같이 달리는 게 원칙인데 결국 내가 뒤로 쳐져버렸다. 다른 팀원들은 먼저 달리고 내가 뒤쳐져서 따라가고 두현오빠가 후미를 보았다. 그러다가...

그만 어느순간 달리던 자전거에서 균형을 잃어버려서 급정거 하게 되었다. 여럿이서 한참 달리다가 급정거하면 정말 위험하다(고속도로에서 갑자기 급정거하는 자동차를 생각해보면 된다). 나는 별로 다치지 않았지만 바로 뒤에서 달리던 두현오빠가 멈추다가 크게 넘어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뒤에서 갑작스럽게 큰 소리랑 "윽!" 하는 외마디 비명이 나자 저 앞쪽에서 나란히 달리던 해웅이랑 종석이가 놀라서 넘어졌다. 해웅이는 자전거에서 튕겨서 풀밭으로 날아갔다. 하나도 안다치고 괜찮다고 하기는 했는데 해웅이는 다쳤어도 괜찮다고 할 녀석이다. 다같이 여행하면 이럴 때 정말 힘들다. 내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앞으로는 더 잘 하기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반가운 중국인

오전에 열심히 달린 보람이 있어서 12시 반 정도, 딱 식사 시간이 되었을 때 목적지 Champoton(참뽀똔)에 도착했다! .다들 정말 뿌듯했다. 짧지 않은 거리였는데!

참뽀똔은 사반꾸이같은 시골마을보다는 훨씬 커서 대형마트도 있었다. 우리가 내내 보며 달린 멋진 바다가 근사하게 늘어져있고 길도 깨끗하고 조용하다. 평화롭지만 길도 잘 뚫려있고 있을 건 다 있다는 느낌. 멕시코에서 우리가 이때까지 가 본 곳 중 멕시코 씨티를 빼면 그래도 제일 큰 마을이다. 오늘은 오후에는 마을 구경도 하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자전거만 타서야 여행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구경이 쏠쏠한 재미다. 그 전에 일단 식사부터.

다들 배가 딱 고파서 달리며 식당을 찾다보니 어딘지 익숙한 글자가 보였다. 중국식당이었다. 중국음식이 그래도 멕시코에서는 외국요리일텐데 이런 시골 마을에? 의아했지만 다들 동양식으로 지은 '밥'이 사무치게 그리워 점심메뉴가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알고보니 이 식당은 인상이 좋은 화교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멕시코 사람들 외모가 원주민의 혈통때문에 우리네와 비슷하긴 하지만 이 곳에 동양인은 확실히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시골 마을에 동양인이라니...식당 주인들도 반가워하는 눈치다.

한국에서 중국요리하면 보통 짜장면이지만, 외국에서는 이렇게 밥 또는 면에 뷔페식으로 미리 해둔 요리 두셋 정도를 골라 한 접시에 담아준다. 종류야 열 가지 쯤 되지만사실 어느 요리를 골라도 맛은 비슷하다. 각자 취향대로 고른다. 대신 전부 밥은 많이많이!

작년 여름에 중국에 원정을 다녀온 해웅이가 서툴게나마 중국어로 인사하고 주문하니 더 크게 웃으신다.

다 맛있었지만 사실 다 좀 비슷해보이긴 한다... 엄청나게 많은 볶음밥. 한 접시가 일인분. Chinese food in Champoton.

이런 시골마을에 중국인이 웬 일일까. 주인 아주머니가 영 젊어보이고 아이들이 어린데 혹시 사랑의 도피일까? 주인부부에 대해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밥을 신나게 먹었다. 멕시코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도 슬슬 다들 질려가고 있었나보다.

역시 동양인들이 인심이 좋다. 그리고 잘먹는다. 열심히 먹고 있는 우리옆으로 아저씨가 접시를 들고오신다. 바로 찰기있는 흰 쌀밥 한접시와 특별 요리! 돼지고기를 한접시 가득 볶아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들 배가 터지게 먹었다.

나중엔 가슴보다 배가 더 나왔다.

예쁜 그 집 딸. The Chinese girl at the restaurant.

평화로운 휴식

오후에는 마트에서 사온 과일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멕시코에서는 사과를 사먹을때 매우 조심하시라... 사과 종류가 많다. 신나서 사과를 한입 베어무는데 사과가 버석거렸다.

바람들어서 맛없는 그 사과 맛... 우리가 먹은 사과가 종류 자체가 특이했던 것 같다. 그러니 부디 조심해서 고르시길...

물론 쉬는 것도 그냥 거리의 그늘에서 쉰다. 팀내 유일한 스페인어 능력자인 명진언니. 그네들과 언니가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다들 항상 부러워했다. Only Myeongjin could speak Spanish. Others envied her a lot.

지나가는 사람들이랑 수다를도 떨었다. 우리 여행하며 내내 워낙 특이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고, 특히 시골마을에서는 친절하고 호기심이 많은 현지인들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어디로 가요?"

"이 여행 왜 하는거죠?"

"얼마동안 여행 하세요?"... 

보통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냥 씩 웃어준다.

모든 대원들이 아직까진 날 많이 찾는다. 해웅이와 종석이는 알아들을 순 없어도 시도해 보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많이 찾는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사실 많이 귀찮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표현을 물어보면 괜히 내가 많이 모르는 것 같아 보여 싫다. 그래도 팀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믿고 싶다. - 명진 -

놀다보니 어느순간 저녁이 되었고 적당히 따꼬로 저녁을 해결했다. 내일도 잘 먹고 열심히 달려야 하기에 세뇨리따(senorita: miss)들끼리 아까 과일을 샀던 그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멕시코 슈퍼 계산대에는 계산하는 직원 옆에 봉지에 물건을 넣어주는 사람이 꼭 있다. 어린 아이들이 그런 일을 자주 한다. 교복을 입은 아이도 있었으니 학교에 가지 않고 일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돈을 버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는데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주언니가 보기에는 영 불쌍해 보였나 보다.

손님이 물건을 사면 비닐봉지에 그 물건을 열심히 담아서 손님에게 준다. 그러면 손님이 그 아가에게 팁을 준다....안주기도 한다. 그래도 아가들은 할말이 없지...그래도 앵벌이는 아니니깐... 모르겠다. 문화가 다르니깐 그들은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아프다.... - 이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