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11.01.15
Departure :  Cancun
Arrival : Cancun
Distance : -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모래사장도 너무 예쁘다. 멋있다 죽인다. 그냥 이말만 나온다....

저 예쁘고 푸른 바다 색이 보이는지. 진짜 캐리비안 블루란 이런 색이다

이런 고급스러운 곳을 공짜로 즐기니 그 맛이 어찌나 더 쏠쏠하던지. 다시 없을 기회다.

신나게 사진도 찍는다. 부끄러우면 지는거다.

특히 이럴 때 이주언니, 종석이, 해웅이 특유의 배짱이 빛을 발한다.분명 호텔 소유인! 의자에도 슬쩍 걸터앉아 당당히 사진을 찍는 것.

이순간 나도 된장녀, 허세녀가 되고 싶어진다.

힐튼을 눈앞에 두고 사진을 찍지 않으면 바보다.

난 당연히 된장녀의 선두주자가 되어 선글라스를 끼고 사진을 요청한다.

입가엔 작은 미소, 시선은 바다를 바라보고 다리는 살짝 꼬아주고 팔짱도 껴준다.-이주

여유로운 자세가 보통이 아니다

 

그 역시 차도남..

하지만 나는 부끄러워서 결국 허세 사진을 찍지 못했다. 졌다. 바보다.

쎄노테에서도 수영하지 않았던지라 여행 중 처음으로 수영복을 입고 제대로 수영을 했다.

바다에 뛰어들어 신나게 파도타기를 하던 찰나. 그 사건이 벌어졌다.

나와 이주언니 한정, 여행에서 가장 위험했던 바로 그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던 순간.

근데 갑자기? 발이 땅에 안 닿기 시작한다.

뒤를 보니깐 엄청 큰 파도가 나를 집어 삼키려고 무서운 속도로 오고 있다.

난 도망치려 노력한다. 필사적으로......

작은 기대를 해보기도한다. 파도치면 앞으로 좀 쓸려나가지 않을까. 그럼 난 숨쉴수 있을 텐데....

헛된 기대였다.

앞으로 나가긴 커녕 짠물만 계속 계속 먹으며 나는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짠물을 너무 많이 먹어 가슴이 아프고 목도 아프고 코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그런데도 살겠다고 눈은 멀쩡히 뜨며 나를 구해줄 사람을 찾는다.

정말...살고 싶었다. 살아야 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다.

그 순간 두현이랑 종석이 머리가 보인다.

내 옆엔 지민이가 울고 있다. 지민이도 나와 같은 처지인가 보다.

나는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지민이 입을 통해 듣게 된다.

살. 려. 줘.

진짜 이 세글자를 말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나도 살려달라고 소리를 친다.

발이 땅에 안닿는다고 하자, 두현이가 한마디 한다.

'뭐? 장난치지마'

저 나쁜놈을 그냥!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고....진짜 때려주고싶다.ㅠㅠ

그 순간 두현이가 지민이를 살린다고 끌고 가는게 보인다.

나는 계속 물을 먹으며 밑으로 가라앉는다.

저멀리서 종석이가 오는게 보인다.

아...내 생명의 은인 백마탄 왕자님이 온다. 쫌만 버티면 된다ㅜㅜ

분명 종석이가 내 손을 잡은 것 같다. 근데 왜 나는 숨을 못쉴 정도로 물을 먹는 거지.

아 짱나. 가라앉으면서 눈도 못뜨겠다. 얜 날 구하는 게 아니라 날 그냥 밀고 있다.

밀면 어떻해...너때매 가라앉아서 또 물먹었자나!!!!

그래도 다행이 남두현이 지민이를 살린 뒤 나를 살렸다.

갑자기 너무 많은 물을 한꺼번에 먹어서 머리가 이상하게 너무 아팠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쉬는데 남자애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 짜증나. 진짜 나 죽을 뻔한 거 맞는데.....

나중에 결혼할때 남편감으로 꼭 수영을 열라 잘하는 돌고래 같은 남자를 만나야겠다.-이주

 

힐튼으로 갈 때 까지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았는데... 정신이 휙휙 돌아갈 만큼 충격이 커서 영 지쳐버렸다.

여름에 물놀이하러 갔다가 한두명 죽는 뉴스 보면 정말 남일 같았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사람이 죽어버릴 만 한 일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거기에 돌아오는 길부터는 생 고생이다.

일단 내일 아침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오늘 버스터미널에서 자리를 밤을 지새기로 했다.

그래서 바다물에 몸이 쩔었는데 씻지도 못했다. 10시간 빗속 주행했던 그 날 생각이 났다. 우리 여행은 왜이리 열악한걸까.

내일은 씻을 수 있을까? 글쎄. 쿠바에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역할을 분담해 급하게 꼭 해야할 일들을 처리한다.
멕시코 페소를 모조리 뽑아 캐나다 달러로 환전해가야 하는데 늦어버려서 문을 연 곳이 없다.
종석이, 이주언니와 이곳저곳 샅샅히 살펴도 별로 많이 바꾸지 못했다. 완전 힘이 쭉 빠진다.
 
두현오빠와 해웅이도 자전거 여섯대를 분해한다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것 같았다. 큰 상자를 구하지 못해서 작은 상자 여러개로 그냥 자전거를 싸는 수준이다.
자전거가 상할까봐 걱정되는데 다른 방법도 없다.
 
그 모습을 구경하며 짐을 지키며 버스터미널에 늘어져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우리만큼 짐 많고 피곤해보이는 사람들도 없다.

그냥 버스터미널에서 자는 거지가 된다.

힐튼과 거지생활.

완전 비교되지만 역시 현실은 현실이다.

아아. 대체 쿠바는 어떤 곳일까. 이것보다 더 열악하려나... 쭈그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