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전거를 잃어버렸습니다.

쿠바에 머무를 동안 우리의 무대는 이제 도로 위가 아닌 도시의 거리가 되었죠.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여유와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걸어서 다닌다면 우린 더더욱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겠죠.

개인 교통수단을 타고 다니는 것은 우리에게는 그다지 썩 내키는 방법은 아닙니다. 

적지 않은 교통비가 들거니와 

모처럼 머물게 될 이 아바나라는 도시를 마음껏 둘러보기에 적절한 수단도 아니죠.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의 하체를 단련시키기로 했습니다. 

역사 속에 박제된 도시, 

아바나의 골목들El callejon de la Habana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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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의외로 쓰레기는 많이 안보였던 것 같은데 깔끔하단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길포장 상태 때문인 것 같네요. 

군데군데 크고...아름다운 웅덩이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고 

부서진 아스팔트 조각들이 자동차 바퀴에 치어 굴러다니죠. 

정신 놓고 자전거 타다간 자전거와 이탈해서 저 멀리 날아갈 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명 ‘낙타버스’가 돌아다니는 아바나였습니다. 

낙타버스란, 컨테이너트럭의 트레일러를 인원탑승용으로 개조해서 버스처럼 운행하는 겁니다. 트레일러의 천정이 중간이 바퀴와 바퀴사이의 중간이 낮기에 

낙타의 등처럼 굽어보여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 낙타버스들은 최근에 중국산 신형버스로 모두 교체되었습니다. 

다만 싼 게 비지떡인지...중국버스들의 매연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합니다.

허리가 좌우로 꺾이는 대형 굴절버스인데도 불구하고 승객들로 바글바글 합니다. 

쿠바에서 버스타는 요령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아래 사진과 같이 사람들이 줄도 안서고 마구잡이로 버스를 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규칙이 있다는 것이죠.

종종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며 끼어들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강하게 나가도 괜찮습니다.

다만 노약자에 대해서는 쿠바인들은 절대적으로 양보하므로 이를 유념해두세요.

종종 우리나라의 중고버스들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쿠바

해운대행도 있고 고속터미널도 가능합니다.

쿠바와 대한민국은 국교가 없기에 한국의 차들은 캐나다를 거쳐서 수입된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중국산 버스들과 함께 아바나의 매연을 담당하는 또 하나의 친구가 있습니다. 

이 도시와 60년을 함께한 올드카들입니다. 

1950년대 미국의 매춘 및 도박의 메카로 전락한 쿠바에 

미국 부호들의 고급자동차들이 함께 들어왔고 

혁명과 동시에 미국인들은 이를 남겨두고 떠났죠. 

지금은 쿠바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남아있지만 

정작 아바나 당국은 이들의 처리에 고심하고 있답니다. 

산업시설도 없는 아바나의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쿠바의 거리는 정말 기묘합니다. 

기대했던 이상의 모습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모습들도 있었으니까요. 

가령, 의외로 벽이나 바닥에(특히 건물 벽에) 그라피티를 해놓은 점들 말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범법행위로 인식되는데 말이죠(저 개인적으로는 예술로서 느낍니다만). 

여기서는 불법이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인식이 그라피티에 대해 관대한 것만은 사실인 듯합니다. 

쿠바는 이런 면에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방적이었습니다.

반면, 일단 사회주의 국가답게 

상품광고와 화려한 간판 따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선전 문구들이 많았던 것. 

Che와 다른 혁명동지들의 얼굴이 곳곳에 있었던 것. 

그리고 쿠바를 상징하는 ‘낡음’ -소위 ‘폐허미(廢墟美)’라고도 불리는-을 

올드카와 함께 몸소 보여주는 낡디 낡은 건물들! 

완전한 도심인데도 곳곳에 쓰러질 것 같이 낡은 건물이 즐비합니다. 

혁명 이후론 건물 하나 안 지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위 사진은 중심부인 Capitolio 부근이라 그나마 좀 새것같지만...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나오고, 

고풍스러운 외관에 마냥 무지막지하게 페인트를 칠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그런 모습입니다. 

이 모습에 대한 예술적 평가는 관람객 본인의 몫이지만요. 

거리에 가게가 거의 없다는 점 또한 우리나라를 위시한 자본주의 국가들과 비교할 만합니다.

한국은 종로, 명동, 강남 어디를 생상점이 들어서 있지만 

아바나에는 정말로 소수의 거리를 제외하면 가게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고 쉽게 살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을 구할 수 없죠. 

가게의 경우도 간판이 걸려있는 경우는 국영상점 및 식당의 경우이고 

이곳이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건 사람들이 몰려있을 경우뿐입니다. 

그나마도 음식이 모두 팔리면 여느 가정집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쿠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그대로는 아니지만 

여전히 멋지다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우리에겐 매우 신선하고도 큰 충격을 주었던 어린 친구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죠.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중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멋에 상당히 신경 쓰는 걸 보면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들 패션에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위 아래의 흑형님들은...동물적으로 탄탄한 몸매뿐만 아니라 

지식인으로서의 아우라까지 갖추셨습니다ㅠ

먹을거리는 참 빈약한데 패션 감각이 뛰어납니다. 

더더군다나 여기 이 친구들은(특히나 어린아이들) 남녀관계 구분 없이 몸매도 훌륭하고 

“간지”가 나서 그런지 옷 빨이 참 잘 받는 거 같더군요. 

그리고 음... 쿠바의 여학생들은 정말 최고입니다

(라고 제가 아니라 이주가 말했으므로 이상하게 몰아가지 말아주세요)

이주가 사랑해 마지않은 그(아이)

만약 쿠바인이랑 결혼해서 그런 딸을 낳을 수 있다면 국제결혼을 한번 고려해보겠다는군요. 

이주 어머니께서 들으시면 상심이 크실 듯합니다. 

그리고 물론, 우리가 기대하던 시가를 빼문 멋진 할아버지들의 모습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분도 굉장히 멋졌습니다.

벌거벗은 상체에서 강인함과 남성미가 느껴집니다.

바지도 엉덩이에 살짝 걸치셨군요.

이 분은 할아버지는 아니지만 정말 멋졌죠.

그냥 농부일 뿐인데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반했습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카우보이인 그는 탐 크루즈를 닮았습니다.

별다른 메이크업이나 의상 없이도 그 자체로 모델 같은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죠. 

수십 년 격동의 쿠바 역사가 배어있는 이 분들의 주름이 멋지기 그지없습니다.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바지런히 돌아다닙니다. 

북한처럼 일렬로 서서 행진하듯이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사람들은 출근하기에 바쁘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제법 큰돈을 가지고 쿠바에 와서 

외국인들을 위한 코스를 밟듯이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관광을 합니다. 

하지만 자전거가 우릴 떠난 후, 우리는 

쿠바인들이 타는 콩나물시루버스를 타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그대로 먹고 

그들이 다니는 그 골목길로 다녔죠.

그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면 이렇게 함께 야구도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좀체 경험할 수 없어서 

그래서 아마도 숨겨져 있던 그들의 느낌, 불만을 

더 쉽고 솔직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또한 

얼마 없는 동양인 중 일부가 우리인 덕분에 

가는 곳 마다 흰 옷의 검은 때 마냥 눈에 쉽게 띄었고 

외국인,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강렬히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린 쿠바인들을 

누구보다도(최소한 관광객들 중에는) 솔직하고 진솔하게 느꼈다고 자부합니다.

그들은 때로는 진정성을 담은 친절함으로 다가왔고, 

때로는 비웃고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초라한 몰골(특히 의복)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아마 이런 모습이라던가...

아니면 이런 모습이었겠죠.

키 크고 체격 좋은 흑형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고 소리 지르면 정말 무섭죠. 

어쩌면 우린 쿠바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해준 큰 공신일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멕시코에 쿠바에서도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주공주의 말은 조금 다르군요.

그리고 난 사실 그들이 쫌 짜증나고 띠껍긴 했어도 하나도 무섭다거나 위협적이란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어. 왠지 날 해치진 않을 거 같다라는 느낌?ㅋㅋㅋㅋ 인상이 인자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ㅋㅋㅋㅋ

- 27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