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11.01.16
Departure :  Cancun, Mexico
Arrival : La Habana, Cuba
Distance : -

새벽까지 엉성해보여도 정성들여서 자전거 여섯 대를 포장한 두현에게 자전거 포장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없는 재료로 엉성하게 포장된 자전거들 Poorly packed bicycles>

한국에서 포함해서 모두 12대를 한 셈이다. 쿠바에서 돌아올 때 다시 포장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노래진다.

아침이 밝아올 무렵에야 잠이 든다.

Runway

두현은 여전히 깊이 잠에 빠지지 못한다. 안절부절, 좌불안석.

쿠바라는 나라는 그를 두려워하고 떨게끔 만든다. 여태껏 이런 막연함과 불안감을 경험하지 못한 터이다.

 
<불안하고 긴장된 심정을 추스리려고 애써 기록하고 있다 Writing down our current feelings, in order to calm down>

가끔 아침식사는 그냥 건너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도 하지만

팀장이 임의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마음을 고쳐 잡는다.

시간이 없기도 하고, 어지간히 귀찮아서 그는 팀원들을 OXXO 편의점으로 보낸다.

참으로 편리한 곳. 골치 아프게 팀원들의 취향을 일일이 존중해줄 필요가 없다.

여기서는 핫도그나 컵라면, 두 개의 선택권 밖에 없으니깐.

OXXO 핫도그는 이제 다섯 번은 먹은 거 같다. 양파, 토마토와 할라삐뇨를 듬뿍 올리고 마요네즈 머스터드 케첩에 나쵸치즈까지 듬뿍 쳐서 먹는다. 이젠 좀 질리지만 쿠바에 가면 이것도 그리워질 맛이다. - 지민 -

River of no return

돌아오지 못하는 강...은 지나친 비약이지만, 쿠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대한민국 정부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쿠바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몇 안 되는 우방국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

 
<쿠바에 들어가기 위한 비자 Cuban Visa>

 
<칸쿤 공항에서 쿠바나 항공사의 직원들 Workers of the Cubana in Cancun>

 
<쿠바 아바나 행 항공표 Flight ticket to Havana>

칸쿤 공항에서는 우려했던 수화물 수속을 생각보다 무사히 통과했다.

진짜 쿠바로 간다! 진짜 쿠바 비행기에...진짜 쿠바인 승무원.

승무원들은 표정이 없다.

<긴장된 표정의 우리-탑승직전 Nervous-right before onboard>

<어딘가 촌스런 항공사 로고 "Cubana">
 

<무표정한 쿠바나의 승무원 Cabin crews' Poker face>

아무런 의욕도 없어보이고 비행기 또한 닭장처럼 좌석간격이 매우 좁다.

게다가 내 자리에는 창문마저 없다!!!! 으아니!!!

연식이 많아 보이는 중고 비행기;;;       다행히 별 탈 없었지만 한 블로그에서 보던대로 에어컨을 켜자 하얀 연기와 함께 바람이 나온다. 헐..비행기엔 러시아어와 알 수 없는 동유럽 언어일 듯한,, 과거 소련의 한 나라 글씨가 씌어져 있다. 정작 스페인어는 없다. - 명진 -

 

젊은이라면 한번쯤 동경하는 그 곳, 쿠바.

모든 것은 지금껏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

입국심사조차 우리가 지금껏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던 바와는 다르다.

외계에 온 것 같은...이 곳에서는 원칙이란 것이 없나보다.

소위 “보험”이라는 걸 들어야 하는데 이게 입국심사원 마음대로 하는 거란다.

기준이 없다. 6명이 “보험”에 모두 걸릴 각오를 하고 그만큼의 보험료를 준비해놓았었다.

다행히 해웅만 “보험”에 들게 되었는데

우리의 열혈대한건아는 납득이 안 되어 몸짓 발짓으로 한바탕 설전을 벌인다.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해웅 Haeung in trouble>

쿠바의 첫 인상? 더럽다. 기분이 완전 꽝이다. 입국심사 받으려 하자 보험금을 주란다. 그걸로도 짜증이 났는데,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라하고, 자기들끼리 나를 보고 웃어댄다. 입국심사 하는데 사진만 세 번 넘게 찍은 거 같다. 아니 무슨 공항 직원들이 자기 나라에 관광 온 사람을 이렇게 홀대할 수 있는가? 이게 사회주의인가? 화를 해소할 방법을 찾고, 적응을 잘 해야 할 텐데,, 하여튼 지금은 그냥 기분 풀고 싶지도 않다. - 해웅 -

친절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현상. 쿠바에서는 그런 거 없다ㅋ

조금이라도 보험료를 아끼려고 일주일 머무른다고 거짓말하고는 적은 액수만 지불한다.

이게 나중에 우리를 제법 골치 아프게 만들 거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두현은 공항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낯선 이 땅, 쿠바가 너무 두려웠다.

출발 전에 가졌던 열렬한 동경과 애정은 온대간대없고 두현은 이 나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덜덜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저주스러웠다.

당장 돌아가고 싶고, 어린 아이처럼 울고 싶었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섯 명의 팀원들의 시선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준비를 시작했다.

<너무나도 복잡한 환전절차 Super complicated money exchange in Cuba>

골치 아픈 환전을 다하고 난 후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잠시 고민한 후, 통역 명진이와 함께 근처의 숙소로 이동할 방법을 인포데스크에 문의한다.

잠시 우왕좌왕.

10CUC을 내고 마침내 쿠바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다!!!

택시에 올라 까사로 향했다.

차도 두 대나 있고 번듯한 장식품들에 LG의 티브이와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MTV채널까지...

밤에 마당을 지킬 거대한 강아지에 집안일을 돕는 집사도 있다.

저녁도 맛있게 먹고 앞으로의 일도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

두현은 여행의 탐방주제 욕심을 조금쯤은 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명진을 통해서 주인 영감과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한다.

... ... ... ... ... ... ... ... ...

다시금 가슴이 답답하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영감은 쿠바 사회주의에 대한 자부심으로 뭉쳐있다.

그리고 남한은 호전광이며 북한은 훌륭한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가 북한의 실제 사진을 본 적이나 있는지 궁금했다.

양날의 칼이라 불리는 ‘교육’이란 것이 이토록 위험하고 강력한 무기임을 두현은 새삼스레 깨닫는다.

밤이 깊어간다.